에세이와 필드 리서치를 관통한 구리의 궤적을 전시의 매체로 표현했다. 글이나 영상으로는 구리가 산화하는 느린 속도나 작은 동전 하나가 지닌 거대한 역사의 무게 같은 감각을 전달하는 것에 많은 한계가 있었다. 전시는 이를 설명하기보다 직관적으로 느끼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관객이 눈으로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몸으로 물질의 시간에 머물도록 이끌고자 했다.
어두운 방 안,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빛이 공간을 밝히는 유일한 광원이었다. 바닥에 깔린 모래 위로 투사된 구리의 모습은 마치 여러 단계로 산화된 지질학적 표면처럼 보였다.
물질의 느린 호흡은 물이 가득 찬 수조 너머로 이어졌다. 구리 동전들이 잠긴 물 표면 위로 변모하는 구리의 모습이 겹쳐졌다. 관객들은 자신의 동전을 직접 물속에 던지며 그것이 다른 동전들 사이에 침전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물은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르는 매개체가 되어 어디에도 고정되지 않는 서사의 흐름을 이어갔다.